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햋볓같은 이야기 (9)

글쓴이 : mark 날짜 : 2015-03-28 (토) 17:27 조회 : 869
---- 행복 초코렡 ----
 
  화창한 가을날이었다.
 은행나무의 짙은 노란색 잎사귀가 바람에 바스스 흔들리며 계절을 물들이고 있었다.
현충사 정원의 벤치에는 따스한 햇살이 눈을 반쯤 감은 고양이처럼 한가롭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때 고요함을 깨뜨리며 어디선가 왁자지껄한 소리가 밀려들더니 '효도관광'이란 플래카드를
허리띠처럼 두른 관광버스에서 노인들이 하나 둘 내려섰다. 

 대부분 칠순이 훌쩍 넘어 보이는 노인들이었다. 한 노부부가 그 무리에서 빠져나오더니 벤치
쪽으로 걸어가 나란히 앉았다.    "영감, 힘들지 않수?"  "나야 괜찮지만 몸도 편치 않은 당신이
따라나선 게 걱정이지." 그러고 보니 할머니의 얼굴엔 병색이 완연했다. "내 걱정일랑 붙잡아
매시고 당신이나 오래 사슈." 할머니는 허리춤을 뒤적여 뭔가를 꺼내 들며 말했다.  "어여 눈 꼭
감고 입이나 크게 벌려 보슈."  "왜?"  "초코렡 주려고 그러우."  "웬 초코렡••••••."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할아버지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할아버지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입을 크게 벌렸다. 얇은
은박지가 잘 벗겨지지 않는지 할머니는 몇 번 헛 손질을 한 뒤에야 겨우 알맹이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작은 알맹이가 입속으로 들어간 순간 갑자지 할아버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응?
초코렡이 아니잖아?"  "초코렡 만큼 달진 않아도 그보다 좋은 거유.  영감, 꼭 나보다 오래 사시구려."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입속에 넣어 준 것은 우황청심환이었다.  할아버지는 주름 가득한 거친
손으로 할머니의 손을 말없이 꼭 쥐었다.  유난히 높은 가을 하늘은 한없이 청명했고 작은 구름이
어디론가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그 광경도 오랫동안 서로 의지해 온
노부부의 모습보다 아름답지는 않았다.

우황청심환을 초코렡 처럼 우물거리는 할아버지에게 편안히 몸을 기댄 할머니의 모습 말이다.(옮긴글)

              “사랑은 언제까지든지 떨어지지 않습니다.”(고린도전서 13:8 上)